나폴리 4부작 | 나의 눈부신 친구L'amica geniale
나폴리 4부작 나의 눈부신 친구L'amica geniale 엘레나 페란테Elena Ferrante / 김지우 한길사 137 "우린 아직 친구지?" "그럼." "그럼 내 부탁 좀 들어줄래?" 릴라와 다시 가까워진 그날 아침, 나는 릴라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줬을 것이다. 집에서 도망칠 수도 있고, 동네를 떠나 농장에서 잘 수도 있고, 나무 뿌리로 연명할 수도 있었다. 수챗구멍을 지나 하수구로 내려갈 수도 있고, 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워지더라도 집에 되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었다. 그런데 정작 그녀가 내게 부탁한 건 별일이 아니었고, 그래서 그 순간에는 약간 실망했다. 릴라는 하루에 한 번씩, 한 시간이라도 괜찮으니 라틴어 책을 가지고 저녁 시간 전에 공원에서 만나자고 했다. "성가시게 굴지 않을게." 릴..